국세청, 연구용역보고서 공개 “안 하나? 못하나?”
8억넘는 국민혈세로 수행한 연구용역, 자체판단으로 결과공개 안하는 것은 행정권 남용
납세자연맹, 1월 행정심판 제기…“‘용역의 질’‘국민 알권리’ 국세청 판단할 일 아냐”
■ 국세청이 자체 조직 진단 및 개편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한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 특히 이 연구용역보고서가 저명한 국제 컨설팅업체의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돼 한국의 국세행정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국세행정 선진화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세청이 왜 이를 공개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부처가 세금을 써서 얻은 연구용역보고서를 조직 내부의 판단으로 국민(납세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정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 한국납세자연맹(www.koreatax.org, 회장 김선택)은 “국세청이 지난 2008년 조직진단 및 개편을 위해 글로벌 전문컨설턴트에 의뢰한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 기획재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컨설팅기관 ‘BAH(Booz Allen Hamilton)코리아’에 국세청 조직진단 및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 보고서가 작성된 바 있다.
○ 납세자연맹은 국세청에 대해 지난 2010년 10월 6일 해당 연구용역보고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지만, 국세청은 2010년 10월 28일 공개를 거부했다.
○ 국세청은 정보공개 청구 거부 이유에 대해
① “정책수립 또는 결정에 참고하기 위한 내부 자료에 해당돼, 공개될 경우 향후 국세행정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 할 수 있어「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제1항제5호의 규정에 따라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② “해당 연구용역보고서는 짧은 기간 동안 국세행정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국세청의 적절한 참여가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됐고, 외국제도의 단순한 벤치마킹에 치우친 일방적인 주장과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③ “해당 연구용역보고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와 논리적 추론에서 문제점이 많은 보고서로서, 외부에 공개하게 될 경우 국민의 알권리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내외적인 혼란과 비생산적인 사회적 논쟁만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 이와 관련, 납세자연맹은 “국세청 스스로 제멋대로 ‘용역의 질’과 ‘국민의 알권리’를 판단하라고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서 8억9500만원에 달하는 연구용역 관련 예산을 책정해 준 게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연맹은 또 “국민의 혈세로 약 4개월간 진행된 이번 연구보고서의 주요내용이 일부 언론에 공개된 바도 있다”면서 “국세청 조직개편이 이미 마무리됐고, 외부연구용역의 질이 어땠는지는 국민(납세자)이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 연맹 김선택 회장은 “설혹 연구보고서가 미국 등 선진국의 선진 국세행정 도입을 권고했다 하더라도 한국이 도입할 처지인지 시기상조인지는 국회와 국민들이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이지, 국세청이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면서 판단할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며 “투명한 국정운영과 선진 국세행정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한편 한국납세자연맹은 국세청의 해당 연구보고서 비공개 결정(2010년 10월28일)에 대해 2011년 1월 25일 행정심판청구를 제기,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끝)
[참고] ‘국세청 조직진단 및 개편안 관련 연구용역보고서’란?
○ ‘국세행정 선진화 방안’이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기획재정부는 국세청의 인력·기능·조직 전반에 대한 조직진단을 통해 국세행정의 효율성·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 기재부는 전문 컨설팅 업체인 BAH Korea(부즈알렌해밀턴, 이후 booz&co로 명칭 변경)에 의뢰, 이 업체 소속 5명의 컨설턴트를 포함한 총 7명의 인력이 국세행정의 기능·조직·인력·투명성 ·납세서비스 등에 관한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진단을 실시했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컨설턴트가 국세행정 선진화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기간을 포함해 895,000,000원의 연구비용을 들여 16주(2008.5.19~9.17)동안 작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