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들여 탈세혐의 벗은 ‘구리왕’…인권은 어디에?
납세자연맹, “국세청, 반(反)부자정서에 기대 무리한 과세 시도”…납세자인권 실종
세무대리 비용만 수십억원…“미확정 탈세혐의 마구 보도해 국세청 힘 실어준 언론”
■ 국세청이 특정 납세자의 확정되지도 않은 세금 탈루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려 보도토록 한 뒤 이를 접한 국민들의 ‘반(反) 부자정서’를 지렛대로 세금 추징을 밀어붙이는 ‘정치적 세무조사’를 일삼고 있어, 이를 시급히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국세청의 이런 정치적 세무조사 관행은 특히 최근 과세전적부심에서 과세요건에 못 미쳐 무리한 과세임이 드러난 세칭 ‘구리왕’ 사건에서 명백하게 입증됐으며,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이번 사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 역시 납세자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 한국납세자연맹(http://www.koreatax.org, 회장 김선택)은 “국세청은 지난 1월3일 대통령 업무보고 등에서 거론한 ‘역외 탈세 세금 추징실적 거양’ 치원에서 세법상 비거주자에 해당되는 ‘구리왕’을 상대로 무리한 과세를 추진했다가 최종 실패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 납세자연맹은 “국세청이 엄청난 금액의 세금 문제가 걸려있는 ‘구리왕’의 과세를 추진하면서 언론에 고의로 과세정보를 흘린 것은 고소득자나 자산가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교묘히 활용, 법원 확정판결로 탈세범임이 확정되지도 않은 납세자를 ‘명예살인’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무엇보다 이번 과세는 애초부터 논리가 아주 박약한 ‘무리한 과세’였다는 것이 납세자연맹의 주장이다.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 위원 11명 중 국세청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국세청 직원 5명을 제외한 외부위원 6명 전원이 과세내용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는 것.
■ 현행법상 법원에서 납세자가 승소 때 소송비용 일부가 보상되는 반면 이번 ‘구리왕’의 경우처럼 소송전단계의 세무대리인 비용은 전혀 보상이 안 돼 납세자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도마에 올랐다.
○ 이번 사건의 경우 ‘구리왕’은 과세전적부심을 대리한 삼일회계법인에 착수금조로 수십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마음만 먹으면 특정 납세자를 지목해 부당하게 과세하는 식으로 정치적․경제적 불이익과 함께 명예를 실추시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세무대리인(회계법인, 로펌)들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 국세청은 더욱이 ‘구리왕’의 사례를 ‘국세징수법 제14조 납기 전 징수사유’로 간주, 세금 고지에 앞서 국내재산을 압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구리왕’은 이에 따라 압류에 따른 재산권행사 제한에 따른 피해 또한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 국세청과 언론에 의해 가족을 비롯한 친지와 지인들에게 탈세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구리왕’의 인권 또한 전혀 보상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 언론사 스스로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아 확정되지도 않은 탈세 혐의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동아일보 사주의 부인이 자살하는 극단적 사태까지 겪었지만, ‘탈세 보도에 관한 사회적 책임 규준’이 없다는 점도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탈세 혐의를 벗은 ‘구리왕’을 비롯해 최근 주목받는 ‘선박왕’을 보면 지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무가지를 광고선전비가 아니라 접대비로 보아 조세심판원에서 과세가 취소된 경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 김 회장은 “재산권은 국민의 중요한 인권이며, ‘죄형법정주의’나 ‘무죄추정의 원칙’처럼 피의자 인권 보호의 관점이 똑 같이 적용되는 가운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돼야 한다”면서 “한국 언론의 탈세보도 태도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규준’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세금 탈루를 포함한 납세자의 정보를 언론 등에 유포하는 공무원을 가중처벌(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가중 처벌했으나 2010년 관련 조항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 연맹은 부당한 과세처분이 취소되면 부과한 세무공무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세무대리인비용도 전액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사례와 같이 잘못된 세금부과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납세자가 세무공무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있도록 입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통상적 세금징수 목적을 벗어나 정적제거나 업무실적차원, 진급 등 공익 이외의 세무조사권 행사가 적발되면 이에 가담한 세무공무원과 이를 지시한 고위공직자, 정치인에 대해 형사 처벌토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 김선택 회장은 “미국처럼 ‘국세청 감독위원회’를 도입, 정치적 세무조사 소지를 줄이는 한편 정치적 세무조사임이 드러나면 그에 따른 과세처분을 무효화하는 입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