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親서민…간접세 비중 낮춰야”
납세자연맹, 2012 세제개편안 비판…여야 모두 본질 외면한채 ‘부자증세’에만 골몰
신용카드공제 유지하고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인하주장…“종교인 소득세 부과해야”
■ 직접세인 소득세 비중이 낮은 대신 역진성이 높은 유류세나 주세, 담배소비세 등 간접세 비중이 높은 한국의 조세체계에서, 간접세비중을 늘리거나 그대로 둔 채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서민ㆍ중산층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 적용기한을 3년간 연장해 높은 간접세 비중을 유지하는 반면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ㆍ비과세 폐지, 신용카드소득공제축소 등을 통해 서민ㆍ중산층에 대한 증세를 추진한다는 납세자들의 주장이다.
○ 한국납세자연맹은 8일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친(親)서민 부자증세’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근본적인 조세개혁은 외면하면서 실효성 없는 정치적 구호로만 접근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 납세자연맹이 자체 추산한 바에 따르면, 내년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상당수 근로소득자들은 내년에 대중교통비 소득공제를 추가로 받지만 신용카드 공제가 20%에서 15%로 줄고, 명목임금인상액에 대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올해보다 더 내게 되어 실질임금이 감소하게 된다.
○ 세제개편에 따라 신규 소득공제 항목이 늘어나지만 공제요건이 까다로워 감면혜택은 적은 반면 폐지 또는 축소되는 소득공제 항목은 공제규모가 커 전체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 연맹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ㆍ비과세를 폐지할 경우 1206억 원(국회예산정책처 자료), 신용카드소득공제 축소(20%⟶15%)로 1627억원(납세자연맹 추정치)의 증세효과가 각각 예상된다.
○ 정부는 세제개편으로 서민ㆍ중산층, 중소기업은 2400억 원 감세효과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는 1조6500억 원 증세효과가 각각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그러나 신용카드공제축소에 따른 증세효과를 세수효과에 반영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증세금액은 축소하고 감세는 부풀린 정황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민ㆍ중산층도 세 부담이 늘지만 정부가 그런 증세효과를 미미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 납세자연맹은 이와 함께 “정부가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는 대다수 서민들의 ‘반(反)부자 정서’에 편승한 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하다”고도 비판했다.
○ 우리나라 세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소득세비중(2010년 기준 국세 중 21%)이 낮고 간접세비중(2010년 기준 53.1%)이 높은 데다, 간접세 중에서도 역진성이 매우 큰 교통세, 주세, 담배소비세 비중이 높아 세금이 빈부격차 해소는커녕 ‘부익부 빈익빈’을 되레 조장하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 납세자연맹은 당정은 물론 야당조차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고 고소득자에 대한 38%의 최고 소득세율 적용 구간을 낮추는 문제에만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지금도 소득 상위 12.5%가 소득세 세수의 91.7%를 부담하고 있다”는 조세연구원 자료를 인용, 한국 소득세의 문제는 소득세 비중이 낮은 것이지 소득세 중 고소득자의 상대적인 부담이 낮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 납세자연맹은 신용카드소득공제 축소 등 생계가 어려운 서민ㆍ중산층에 대한 모든 증세에 반대하며 서민들의 전체적인 조세부담의 증가가 없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특히 서민생계 위협하고 빈부격차 심화시키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를 대폭 인하하는 등 간접세비중을 낮추고 소득세 비중을 올리는 방향으로 조세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로소득보다 금융소득에 무겁게 과세해야 하며, 종교인도 소득이 있다면 당연히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내놨다.
■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우리나라는 공공부분 투명성이 낮고 부정부패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늘리면 서민과 중산층이 세금은 많이 부담하고 혜택은 적게 받아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김 회장은 특히 “부자들은 누진 과세되는 근로소득이외의 다양한 소득을 얻고 세무공무원을 매수하거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조세를 회피할 수 있다”면서 “국민들은 ‘부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복지재원으로 쓰겠다’는 정치인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아울러 “복지재원의 상당부분은 서민ㆍ중산층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면서 “불황기에 서민ㆍ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려 생색내기용 복지정책만 골몰하지 말고, 국민 소득수준에 맞춰 세금낭비요인을 없애고 정부지출 자체를 줄여라”고 덧붙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