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당정 공무원연금개혁안 노조에도 큰 책임
납세자연맹, “덜 내고 엄청 많이 받는 기수급자 문제 외면한 노조에 1차 책임”
공무원노조가 국민 공감 얻으려면, 납세자 눈높이에서 미래 노조원 생각해야
납세자들도 공무원노조와 마찬가지로 여당의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정안이 한계적인 빌미는 공무원노조가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무원노조가 공무원연금적자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인 연금 기수급자의 고통분담을 외면한채, ‘공무원연기금 부당사용’이나 ‘사보험 부양’ 같은 엉뚱한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해 젊은 공무원들에게 고통을 대부분 떠넘길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안전행정부가 11일 오후 2시 대구광역시청에서 주최한 ‘공무원연금개혁 국민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던 토론문(<공무원노조에 드리는 글>)에서 “공무원간 세대간 형평을 해치고, ‘원인자 고통분담원칙’에 위배되는 당정안의 1차적 원인은 1%의 원인을 100%로 부풀린 노조의 책임이 크며, 지금이라도 진실로 노조원을 위한다면 진실과 사실의 편에 서야 한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포럼은 공무원노동조합측이 행사장을 사전 점거, 김선택 회장 등 포럼 발표자들은 물론 기조연설을 하려던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등 포럼 주최측 공무원의 행사장 진입을 막으면서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김 회장은 이날 토론문에서 ① 기 수급자 ② 고위직 ③ 장기근속 ④ 조기수령 ⑤ 재산과 소득 등에 따라 우선적으로 연금을 많이 깎아야 한다는 연맹의 개혁원칙을 거듭 밝히고, “지금처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국한하지 말고, 부동산 임대소득과 이자․배당소득, 기타소득 등 종합소득 전체로 일부정지 대상 소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65세로 수급개시 연령이 높아지면 기대수명이 낮은 하위직이 더 불리하다는 ‘불편한 진실’과 함께, “보험료는 선배보다 2배 내고 연금액은 절반만 받는 젊은 노조원들을 위한 길이 뭔지 숙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노조에 촉구했다.
김선택 회장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1938년 대국민 연설을 인용, “사회보장연금제도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놀고 먹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결코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회장은 특히 “일반 국민의 생활고를 외면하면서 ‘연금다운 연금’만 외친다면 ‘나라가 망해도 나만 잘 먹고 잘 사면 된다’는 생각과 진배없다”면서 “공무원노조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200억 투쟁기금으로 민의에 맞서는데 쓰지 말고 현재 노조원 뿐만 아니라 미래의 노조원도 생각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다음은 김선택 회장이 11일 대구 국민포럼에서 발표한 <공무원노조에게 드리는 글>전문 .
김선택 회장이 공무원노조에게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회장입니다.
납세자연맹은 공무원연금을 강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연맹의 이런 주장에 대해 공무원분들은 연맹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공기업에 근무하다가 공무원연금 때문에 공무원이 되신분”, “정년을 3년 앞둔 교사”, “대기업을 그만두고 공무원시험 공부하시는 A씨” 등, 이런 분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나름 수긍이 갑니다.
반면 공무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은 “왜 내가 낸 세금이 나 보다 잘사는 공무원들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사용되는가”라면서 분노합니다. 공무원노조가 “연금은 재직시 박봉에 대한 후불임금”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부러워 하는’ 국민들은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는 분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잘 살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수급자 세대의 지역건강보험료는 18만9600원, 일반 국민세대는 7만8610원입니다. 공무원세대가 일반 국민보다 2.4배 높습니다. 2.4배 더 잘 산다는 얘기로 봐도 무방합니다.
지금 공무원연금을 받고 계신 분들은 노인 중 상위 10%계층에, 연령을 통틀어 봐도 대체로 잘 사는 계층에 속합니다. 누구도 이런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무원노조원 여러분!
지금은 앞서 3차례 연금개혁때보다 여러 가지로 노조에 상황이 불리합니다.
첫째, 공무원연금수급자만 36만명으로 너무 많은 사람이 연금을 받고 있어 사실을 은폐하기가 불가능합니다. 현재 공무원연금 평균수급액이 약 219만원인데 반해 국민연금 평균수급액은 약 31만원에 불과합니다. 많은 국민들은 이런 불평등이 정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우리 한국납세자연맹을 비롯해 몇몇 정치인, 언론인들의 노력으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불합리한 공무원연금 관련 정보가 속속 공개되고 있습니다.
월 300만원이상 받는 사람 7만5000명,
월급과 함께 공무원연금도 받는 퇴직자 1만명의 평균연봉이 6300만원인 점,
월 7억원, 6억원, 3억원 등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공무원연금을 받고 계신 분들,
월 35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공무원연금을 100%나 그것도 무려 매월 765만원, 연간 9185만원씩이나 받는 분,
100억대 부동산으로부터 매달 수천만원의 임대수입을 올리면서도 연간 4800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는 분들,
이분들의 사례를 알게 된 일반 국민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습니다. ‘귀족연금’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셋째, 공무원연금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한 금액이 작년 2조 원. 내년 3조 원, 향후 10년간 53조원 등 급격히 증가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 데, 어떤 정치인지도자가 일반국민들에게 ‘성실한 납세의무’를 감히 요구할 수 있을까요?
국가가 국민에게 성실납세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특권층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전제돼야 합니다. “네가 내는 세금은 너 말고 다른 사람들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 쓰여질 거야”라는 국가에 어느 누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싶겠습니까? 프랑스혁명은 일반 국민에게 걷은 세금을 주로 특권층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발발한 것입니다.
넷째, 미디어환경의 진보는 더 이상 특정 계층의 특권이 은폐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정보를 확인, 검증, 공유함에 따라 종전처럼 통치자가 사실을 은폐-왜곡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졌습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등을 겪은 일반 국민들이 공무원과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을 리가 없다는 점도 여러분은 잘 이해해야 합니다.
공무원노조와 같이, 우리 납세자연맹도 새누리당의 연금개혁안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연금적자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기수급자의 고통분담이 가장 적다는 점입니다. 단기재직한 공무원과 미래 신입공무원에게 고통부담을 가장 크게 지워 공무원간 세대간 형평을 해치고, ‘원인자 고통분담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당초 정부안과 새누리당 안이 이렇게 결정된데에는 노조 책임이 큽니다. 공무원연금적자의 원인은 ‘낸 것보다 지나치게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 기수급자’ 때문인데, 노조는 엉뚱하게 “국가가 연기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했습니다. 1%의 원인을 100%로 부풀린 결과는 아마도 참혹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기수급자와 고위직 출신 퇴직공무원들이 자신들이 낸 기여금보다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개혁은 부질없는 것입니다. 변화가 있더라도 “기수급자의 연금을 깍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고, 결국은 힘 없는 하위직과 신입 공무원만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싸움이 아니라 합리적인 토론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드려내 놓고 토론해야 합니다. 1990년대 캐나다의 경기위기 때 연금개혁을 성공시킨 폴 마틴 캐나다 전 총리는 지난 5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납세자연맹 대회’ 초청 강연에서 “캐나다가 경제위기에서 개혁을 성공시킨 것은 ‘토론이 사실에 의해 계속 보충되는 성숙된 토론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성적으로 오늘날 연금재정이 파탄 난 이유를 사실을 근거로 이야기 할 때 입니다. 재직자가 기수급자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면서도, 107만 명의 공무원이 기수급자 36만명의 연금을 주지 못해 세금으로 보전하고 있는 주된 원인은 과연 뭘까요?
현재 기수급자들은 자신의 기여금보다 얼마나 많은 연금을 받고 있을까요? 실제 사례에 근거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대수명이 50대인 1960년대 18세에 공직에 입문, 20년 근무 후 1980년도 38세 퇴직한 B씨는 현재 72세로 34년째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억세게 운 좋은 분입니다. 이분이 100세까지 산다면 앞으로 28년 더 연금을 받게 됩니다. 20년 봉직하고 본인이 총 62년의 공무원연금을 받고, 자녀가 장애인이면 자녀가 또 38년을 더 받습니다. 공무원 으로 20년 근무한 결과 총 100년 동안 연금을 받는 것입니다.
이분은 자신이 낸 기여금보다 도대체 몇배를 얼마의 금액을 더 많을까요? 현재 평균32년 받으시는 분이 2685명이고, 85세 이상 수급자가 5593명 입니다. 나이가 들면 생활비가 줄어들지만, 연금액은 물가상승률만큼 계속 인상됩니다. 이것은 연금이 일정 수준이 되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현재 기수급자 1인 평균 퇴직연금충당부채는 5억2700만원, 유족연금이 2억8800만원인데, 둘을 더하면 1인 평균 8억1500만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금액에는 이미 받은 연금액은 빠져있으니 그것까지 감안하면 현재 기수급자의 공무원연금의 경제적 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은 보수적으로 봐도 평균 10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평균의 함정을 감안하면, 교사나 고위관료는 현재가치로 약 15억 원 이상을 받아 안락한 노후가 보장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 금액에는 공무원이 재직 당시 낸 보험료(기여금)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다만,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공무원의 수익비(기여액의 현재가치 대비 급여액의 현재가치)가 최소 4배에서 최대 10배 이상이므로, 기여금의 몫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위에 예로 든 B씨는 1억 원의 기여금을 내고 10억~20억원을 공무원연금으로 받는, 말 그대로 ‘억세게 운좋은 분’입니다.
문제는 B씨의 ‘억세게 좋은 운’이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최근 주민세, 영업용 자동차세, 담뱃세 등 서민세금을 크게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전기료와 수도요금, 고속도로통행료 등의 인상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재정난에 봉착한 지자체들 역시 대중교통요금, 쓰레기봉투값, 상하수도요금 등의 요금 인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한 마디디로 서민들에게 "죽어라!"고 강요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B씨보다 훨씬 가난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서민들이 부담하는 주세·담뱃세·유류세·부가세로 공무원연금은 메워주고 있는 대한민국은 ‘현대판 신분제도’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이런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 상태에서 B씨가 “국가가 약속한 연금은 내 재산이므로 100%줘라”고 주장한다면, 아마 돌팔매질을 당할 것입니다.
-1983년에 일시금과 연금을 선택할 때 연금선택율이 30.2%있었는데 2013년에는 93.3%가 연금을 선택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이야기합니까? 1983년의 정기예금금리는 8%인데 2013년은 2.7%로 하락해 동일한 액수의 연금액이라도 가치가 3배 상승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자율이 3배 올랐다면, 노조는 연금을 올려달라고 할 것입니까?
우리 납세자연맹은 ‘자기가 낸 것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는 사람의 연금을 더 많이 깎는 것’이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공무원연금의 최대 수혜자는 기수급자로
① 기수급자들의 공무원연금을 많이 깎아야 합니다.
② 고위직급 출신의 공무원연금을 많이 깎아 ‘하후상박’형 연금구조로 가야 합니다.
③ 오래 근속한 사람의 공무원연금을 많이 깎아야 합니다.
④ 60세 이전 수급자의 연금을 많이 깎아야 합니다. 40~59세에 연금을 받는 사람도 6만7330 명에 이릅니다.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공적연금의 성격에 어긋나게 근로세대가 연금을 받고 있는 것도 우선적으로 손봐야 합니다.
⑤ 재산과 소득이 많아 연금을 받지 않아도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의 공무원연금 일부정지 범위를 크게 확대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국한하지 말고, 부동산 임대소득과 이자․배당소득, 기타소득 등 종합소득 전체로 일부정지 대상 소득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일시정지 근로소득 기준도 연봉 5190만원에서 국민연금 수준인 3410만원 수준으로 낮춰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연맹은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기수급자들이 자기가 낸 것보다 얼마나 많은 연금을 받는지, 국가의 도움이 없이 안락한 노후를 보낼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수 있는 기수급자의 재산과 소득수준을 공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1938년 대국민 연설에서 “사회보장연금제도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서 놀고먹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결코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반국민은 생활고로 자살하고 전기요금을 내지 못합니다. 전등조차 못 켜고 사는 빈곤층이 매년 6만호에 이릅니다. 이 와중에 언제부터인가 귀족연금을 받아 놀고먹는 집단이 생겨난 것은 사실입니다. 노조가 계속 이 사실을 부인하면서 “연금다운 연금”만 외친다면 “나라가 망해도 나만 잘 먹고 잘 사면 된다”는 생각과 진배없습니다.
국가부채 증가가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그리스와 같은 국가부도사태가 발생하면 노인들이 많이 보유한 부동산·주식가치 폭락, 물가상승, 연금 대폭삭감의 3중고를 겪게 됩니다. 그리스의 공무원연금이 50% 삭감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공무원노조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200억 투쟁기금을 모아 “공무원연금지키기”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거나
“사적연금 시장 키우려고 공무원연금 깎으려 한다” 등 전혀 근거없는 주장만 하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진실로 노조원을 위한다면 진실과 사실의 편에 서야 합니다.
65세로 수급개시 연령이 높아지면 기대수명이 낮은 하위직에 아주 불리하다는 ‘불편한 진실’도 얘기해야 합니다. 보험료는 선배보다 2배 내고 연금액은 절반만 받는 젊은 노조원들을 위한 길이 뭔지 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명사회의 정치는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생각해야 하고 제대로 된 노조라면 현재 노조원 뿐만 아니라 미래의 노조원도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