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다
“지하경제양성화와 재정지출효율화로 ‘증세 없는 복지’를 구현 하겠다”고 한 현 정부의 공약은 거짓말이다. 담뱃세 인상으로 2조8000억 원(정부 추산)이 서민들로부터 증세되기 때문이다. 내년의 담뱃세 세수는 약10조 원 정도로, 2012년 재산세 9.6조 원과 비슷하다.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가 '주택임대소득'이라고 한다.
2.“부자증세 복지”도 거짓말이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기 위해서는 소득세와 ‘자본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4%로, OECD국가 28개국중 25위다.
2012년 세수는 45조 원으로 담뱃세(2012년 세수 7조)와 자동차관련세수(38조)의 합계와 동일하다. 우리나라 지하경제비율이 대략 국내총생산(GDP)의 25%라는 의미는 연간 소득이 1000조 원 창출된다면 250조 원이 소득포착 자체가 전혀 안 되는 구조다.
이렇게 소득세 비중이 낮은 것은 지하경제비중이 너무 높아 소득세를 더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도 근로소득자 10%가 근로소득세 약 80%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안 내는 사람은 계속 한 푼도 안내고, 내는 사람에 대한 소득세율을 계속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부자들이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리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본소득에 대한 비과세가 많고 자본소득 포착률도 낮은 세법 하에서 ‘부자증세’는 허구다. 수백 명의 전직 세무공무원이 로펌에 근무하면서 대기업과 부자들의 절세를 위해 일한다. 공무원연금까지 받는 이들의 연봉은 평균 3억 원이 넘는다.
3. 지하경제비율이 높은 것은 국세청이 지하경제양성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처럼 사업자들이 세금 잘 내면 국세청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뇌물을 줄 필요도 없다.국세청은 이것을 가장 싫어한다. 호주, 캐나다교포에게 물어보면 세무공무원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금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한국에서 사업자에게 세무공무원은 공포의 대상이고 중소기업인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세금이다. 선진국은 뇌물로 세금을 깎을 수 없어 납세자들은 탈세로 인한 기대이득보다 손실이 확실히 인식돼 성실납세를 하는 것이다.
4. 지하경제양성화로 복지재원조달 허위공약은 국세청의 속임수였다
한국인들은 “국세청,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로 거액 세금 추징”이라는 언론 보도를 정기적으로 접한다. 현실에 어두운 다수 정치인들은 이런 기사를 보고 국세청이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수 있는 마법사’로 착각한다.
그러나 언론보도 속의 자영업자는 재수 없게 걸렸거나 세리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 사람이다. 국세청이 지하금고에 오만 원짜리 지폐로 수십억 원을 쌓아놓은 숨은 소득이나 엄청난 규모의 종교인 소득, 사채 등 지하경제를 양성화시킬 재주는 없다. 지하경제양성화는 현금사용비중 축소, 종교인과세, 금융실명제 강화 등 단계적인 제도개선을 거쳐 이루어진다. 국세청이 진정한 마법사였다면, 오만 원권 지폐 발행을 반대했어야 했다.
5. 담뱃세인상은 서민소비감소와 물가인상으로 이어진다
배당소득의 상위 1%인 8만8254명이 전체 배당소득의 72%인 8.1조원 차지한다. 이들이 흡연자보다 소수이지만 정치적 파워가 강해, 현 정부는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황당한 근거로 배당소득에 대한 감세(배당소득증대세제)를 추진 중이다.
약1000만 명의 흡연자들은 담뱃세인상으로 비(非)소비지출(non-living expenditure, 非消費支出)이 늘어 다른 소비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수의 가진 자가 다수의 없는 자 보다 어떻게 정치에 영향력을 미쳐 부를 더 늘리지 알 수 있다. 보수 진보로 나뉘어 첨예하게 싸웠던 종합부동산세 도입 후 최고 세수가 2조7671억원이다. 지금은 1조원 정도다.
반면 담뱃세 증세액은 2조8000억이다. ‘정치적 힘이 강한 가진 자’보다 ‘정치적 힘이 약한 못가진 자’에게 증세하기가 훨씬 쉽다는 점도 명백히 드러났다. 화이트칼라보다 흡연율이 2배 높은 육체노동자, 흡연율이 88%인 유흥업종사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생각하는 정치세력은 없다. ‘다수의 민의’보다 ‘힘 있는 소수’의 의사가 우선 반영되는 한국정치의 한 예다.
6. 부동산임대소득에 제대로 과세만 해도 담뱃세 인상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사업자가 부동산임대소득으로 신고하는 소득은 21조 원으로, 세수는 1조원(실효세율4.6%)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 등기 전산화가 돼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 임대소득 포착률이 낮은 것은 국세청이 소득파악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일부정지 소득범위에 부동산임대소득이 빠져 있는 것은 공무원은퇴직자들이 일반국민보다 부동산임대소득이 많기 때문이다. 임대사업 등록제 또는 전월세 신고제 등을 도입해 과세포착률을 높여 대표적인 자본소득인 임대소득에 제대로 과세만 해도 세법 개정 없이 수조원의 증세 효과를 볼 수 있다.
7. 내년 공무원적자액과 담뱃세증세액은 비슷하다
내년 공무원연금적자예상액은 2조9133억 원이고 정부추산 담뱃세 증세액은 2조8000억 원이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수급자 세대의 지역건강보험료는 18만9600원, 일반 국민세대는 7만8610원이다. 공무원세대가 일반 국민보다 2.4배 더 잘 산다는 얘기로 봐도 무방하다.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일반국민의 담뱃세를 올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면 거의 들어맞는 수치다.
8. 담뱃값인상의 최대수혜자중 하나는 조직폭력배다
모든 비용인상은 자신의 소득으로 오른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없는 사람에게는 금지(禁止, ban)와 같다. 오른 가격에 담배를 살 수 없는 사람은 짝퉁담배, 밀수품, 절도 혹은 대체물질 등에 쉽게 끌린다. 이집트에서는 2010~2011년 담뱃세 80%인상으로 암시장 판매 담배의 비율이 0.1%에서 7%로 무려 70배 증가했다. 담뱃세 인상으로 지하경제가 활성화되고, 엄청난 담뱃세가 조직폭력배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정부는 조만간 ‘조직폭력배들의 소비증가에 따른 경기활성화 효과(낙수효과)’를 강변할 지도 모른다.
9. 담뱃세인상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담뱃세인상 법안 공청회 등에서 금연단체 소속 의사들은 “금연약물의 건강보험화”를 주장한다. 금연약물이 건강보험이 되면 우리사회 소득 최상위 계층에 속한 의사들의 소득은 더 늘어난다. 담뱃값이 올라도 중독성 있는 담배를 끊지 못하는 대부분의 저소득층 흡연자는 담배지출액이 늘어난 만큼 빈곤이 가중돼 스트레스가 늘고 이 때문에 흡연을 더 하게 되어 건강이 더 안 좋아진다. 건강이 나빠진 저소득층은 더 가난해지고 의사 등 고소득자들은 더 잘살게 돼 빈부격차가 더 심해진다.
10. 서민증세를 막기 위해서는 국세청이 개혁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국세청 조직이 자신들의 이익의 위해 지하경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국세청 구성원들은 ‘조세부과권’이라는 엄청난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셈이다. 국민을 위해 걷는 세금을 걷는 대신 자기 집단 구성원들의 부를 늘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셈이다.
이런 국세청을 개혁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처럼 복지가 늘어나면, 복지혜택보다 세금부담이 더 늘어나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더 많은 복지를 공약한 야당이 집권했다면, 재정적자가 더 많이 발생, 더 많은 서민증세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복지국가의 기초는 모든 국민의 소득파악이 전제돼야 한다. 복지국가는 따라서 국세청개혁을 전제로 하는 비전이다. 국세청이 개혁되지 않은 가운데 대한민국의 미래, 서민의 미래는 없다. 여야 막론한 정치인들이 국세청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증세에 이어 올해 담뱃세 인상은 뭘 예고하는가. 담뱃세 인상은 내년이후 술과 청량음료 등에 대해 이른 바 ‘죄악세’를 줄줄이 부과하는 서민 증세의 예고편일 뿐이다. 국세청을 개혁하지 않은 대가가 바로 서민증세인 셈이다.
p.s: 여러 차례 국세청개혁이 시도 되었지만 막강한 국세청권력에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국세청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납세자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언론이 국세청개혁서명코너를 알려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