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는 공제, 가난한 아빠는 불공제…부당한 연말정산세법
납세자연맹, 근로․사업소득에 가혹한 ‘소득금액 100만원’ 기준 높여야…부당․불합리 세법 개정 시급
잘사는 부모님 부 물려받고 부양가족공제 혜택까지…가난한 부모님 둔 죄, 부양해도 공제 못 받아
근로소득공제 축소로 차별 심화…공무원연금 감액사유도 빠진 임대소득, ‘비과세’에 ‘공제혜택’까지
부모님이나 배우자 등 부양가족의 소득금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면 연말정산 때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지만, 분리과세 되는 금융소득이나 한시 비과세되는 주택임대소득으로 연간 2000만원을 벌더라도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는 현행 세법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법이 기본공제 대상자의 연간 소득금액(총수입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을 100만 원 이하로 묶어둔 결과, 지난해 부양가족공제 대상자가 근로소득으로 333만3333원만 넘게 벌었다면 연말정산 때 부양가족공제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반면 부양가족의 자본소득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이자․배당 등의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 이하거나, 수천만 원의 주택임대소득을 얻는 부양가족은 올해 기본공제 대상이 되는 반면, 최저생계비에 미달되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으면 공제대상에서 제외하는 세법은 불합리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소득세법>은 근로소득자의 ‘필요경비’이자 ‘노동력 재생산 비용’ 개념으로 소득구간별 정액의 ‘근로소득공제금액’을 책정, ‘총급여’에서 빼 과세표준을 줄이도록 해왔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모든 소득구간에 대해 이 근로소득공제금액을 줄여, 부양가족공제를 받을 수 있는 최저 연봉이 지속 축소돼 왔다.
소득금액 100만원(연봉-근로소득공제)에 해당하는 연봉은 지난 2009년 7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2014년 귀속 근로소득부터는 또 333만3333원으로 낮아졌다.
이는 공제대상인 부양가족이 2014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60만3403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월 27만7778원을 벌었더라도, 국가는 이 부양가족을 연말정산 대상인 근로소득자의 부양가족(기본공제)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납세자연맹은 “이런 세법의 불합리함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일해서 얻는 ‘소득금액 100만원 기준’이 너무 낮은 반면 ‘자본소득’은 비과세나 분리과세 특례로 이런 기준 자체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맹에 따르면, 배우자가 자녀 사교육비 일부라도 보태려고 학습지 교사로 일하면서 번 돈이 필요경비를 제외하고 연간 100만원(월8만3333원)을 벌었더라도, 그 돈이 1인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면 당연히 가족구성원인 근로소득자의 부양가족으로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행 세법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연맹은 지난해 10월부터 아내가 학습지교사로 일하면서 410만원을 번 실제 사례를 통해 ‘소득금액 100만원’이 얼마나 낮고 불합리한 기준인지를 입증했다. 아내는 매달 102만5000원씩 4개월간 410만원을 벌어 이중 필요경비(410만원 × 75% = 307만5000원)를 제외한 사업소득금액이 102만5000원이 됐다.
그런데 근로소득자인 남편은 아내의 소득금액이 100만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배우자공제 150만원 ▲아내 보장성보험료 100만원 ▲아내 사용 신용카드 등 지출액 공제액 200만원을 모두 더한 450만원을 공제받지 못했다. 이 금액은 아내가 지난 1년간 번 총 410만원보다 더 큰 액수다.
자식들의 부양 부담을 줄여보려고 작년 10월부터 아파트 경비로 나서 400만원의 근로소득이 있는 아버지에 대해서도 부양가족공제를 받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납세자연맹 회원들은 ‘불합리한 세법 개선을 위한 서명운동’에서 ‘소득금액 100만원’ 기준이 너무 낮고 불합리․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회원은 서명운동 게시판에 “연간 근로소득이 333만3333원을 버는 사람을 부양가족으로 볼 수 없다는 세법을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보는 지 궁금하다”고 호소했다.
세법이 이처럼 어려운 가계 살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사업소득에 대해 가혹한 기준으로 부양가족을 안 해주는 대신, 이자․배당소득, 주택임대소득, 공무원연금 등으로 비교적 넉넉하게 생활하는 부모님에 대해서는 부양가족공제를 허용하는 점은 불합리함을 넘어 부당하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이자ㆍ배당소득 합계액이 2000만 원 이하까지는 분리과세 돼 ‘소득금액 100만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올해 세법 개정으로 주택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 원 이하인 경우는 3년간(2014∼2016년 귀속 소득) 비과세혜택이 주어지고, 2017년 귀속 소득부터는 분리과세 돼 여전히 연말정산 기본공제 대상이 된다.
부모님이 막대한 상장주식 양도차익을 거뒀더라도 비과세되므로, 다른 소득이 없다면 월급쟁이 자녀의 기본(부양가족)공제 대상이 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 2002년 1월1일 이전 불입한 기여금에 따라 지급받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으로부터의 소득은 비과세에 해당돼 이를 수령하는 부모님의 연금소득이 많더라도 기본공제 대상이 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다만, 2002년 1월1일 이후 불입해 받는 연금소득은 연간 516만6000원이 초과되는 경우 기본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자본소득이 많은 부모를 둔 자녀는 부를 물려받는 것도 모자라 부모님 소득공제혜택도 받는 반면, 가난한 부모를 둔 자식은 생활비를 보태드려도 소득공제를 못 받는다”면서 “너무 불공평한 세제인데, 올해 세법개정으로 그 불공평이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말정산의 소득종류별 ‘소득금액 100만원’에는 한국 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자본소득우대와 근로소득 차별 편향’이 너무나 뚜렷하다 게 비판의 핵심이다.
김 회장은 “개발연대시절 자본형성을 위해 요구됐던 ‘자본우대세제’가 지금껏 유지돼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조속한 세제개혁이 되지 않으면 심각한 조세저항에 직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