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파악률 등 투명성이 낮은 가운데 정치인들은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복지확대 선거공약만 대거 쏟아냈고, 그 결과 정부가 ‘투명하게 드러난 근로소득’과 ‘저항이 어려운 간접세’에 대한 의존성을 심화시켜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종교인 과세 등 제도개선을 서두르지 않은 채, 드러난 세원에만 무리한 과세를 하게 되면 조세형평이 급속히 악화돼 조세저항과 땜질 처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최근 ‘담뱃세 인상’과 ‘연말정산 대란’은 지하경제비중이 높고 자본소득우대세제를 강화해온 관료들과 인기 영합적 정치인들의 복지공약 남발이 낳은 합작품”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비중은 선진국보다 최고 3배나 높다. 복지국가라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①소득파악 ②공평한 세제 ③낭비 없는 정부 등 3가지의 기초공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단 한 가지도 기초가 없는 가운데 복지만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가령 현행 국가 장학금은 연봉이 7068만원(소득 9분위)을 초과하는 근로소득자의 자녀 대신 소득을 적게 신고하는 사업자 자녀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 소득이 투명하지 않은 사업자 중에는 심지어 기초생활수급자도 있다. 소득이 투명하게 파악되지 못한 까닭에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때도 소득을 기준으로 삼지 못한다.
부족한 재정을 메워야 하는 국가는 담배세와 근로소득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 근로대중과 서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게 되고, 서민에 집중된 세 부담은 조세저항을 야기하면서 소득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올해부터 ‘근로장려세제(EITC)’를 자영업자 전체로 확대하고 ‘자녀장려세제’를 신설한 것 역시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1.3조원 예산을 편성해 EITC 지급금액을 최대 210만원까지 확대하고, 전체 자영업자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또 총소득 4000만원 미만으로 부양자녀가 있는 경우 올해부터 자녀장려금을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 지급하기 위해 9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납세자연맹은 이를 두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로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방향이 맞지만,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자영업자 계층으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서민과 중산충 근로소득자로부터 세금을 걷어 소득 탈루와 높은 자본소득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고소득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 정치인들이 ‘보편적 복지를 위한 부자증세’를 주장하는데, 지하경제비율이 높아 누가 진짜 부자인지 드러나 있지 않은 가운데 어떻게 국민적 합의를 얻어 합리적인 방식으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정치인들은 복지공약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임대소득파악과 종교인 과세 등 지하경제비중 축소와 공평세제 개혁을 정책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면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화는 과세 권력 강화로만 귀결될 뿐 세원투명화는 오히려 지연시키는 눈속임”이라고 주장했다. (끝)